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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9, 2020

채무자 "빚 깎아달라" 요구하면 금융사 빚독촉 멈춰야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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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신용법 제정안 이달 입법예고…금융 포퓰리즘 논란

빚독촉 1주일에 7회만 해야
독촉받기 싫은 시간엔 연락 못해
채무조정 요구 2회까지 가능
대신 빚탕감 협상하는 업체 신설

저신용자 대출 되레 줄어들 수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 확대회의를 비대면으로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 확대회의를 비대면으로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연락하지 마세요. 회사로 찾아오시겠다고 했는데 안 됩니다. 근처 카페에서 보죠.”

금융위원회가 9일 공개한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출금을 연체한 개인 채무자들은 채권추심자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게 된다. 빚독촉과 관련한 ‘연락제한 요청권’이 생기기 때문이다. 채무자들은 원하지 않는 시간에는 채권추심자의 연락을 거부할 수 있고, 추심 방법을 지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채권추심자는 빚독촉이 아예 불가능한 정도가 아니라면 채무자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채무자의 요청을 무시하면 금융위로부터 행정제재를 받거나 최대 3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본지 8월 4일자 A1, 4면 참조

“패자부활 가능한 금융환경 마련”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소비자신용법 제정안을 이달 안에 입법예고하고 연내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1분기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추심 횟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하루에 두 번 허용했지만 앞으로는 1주일에 일곱 번으로 제한된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확대회의에 참석해 “연체 발생 이후의 채무자 보호 방법을 규율하는 소비자신용법은 금융소비자 보호법제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며 “채무불이행 상황에 놓인 선량한 채무자가 ‘패자부활’할 수 있는 금융의 사회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 채무자 보호는 빚독촉 행위 제한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 연체 채무자는 금융회사에 두 번까지 빚을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채무조정 요청을 받은 금융회사는 즉시 빚 독촉을 중단하고 10영업일 안에 빚을 얼마나 어떻게 깎아줄지 제안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이사회에는 부채탕감 기준 마련 의무가 생긴다. 이명순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금융회사들이 알아서 내부 탕감 기준을 세우도록 할 계획”이라며 “신용회복위원회나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 기준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신용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 개인 채권은 건당 5억원 미만의 신용대출과 10억원 미만의 주택담보대출 등이다.

채무자 "빚 깎아달라" 요구하면 금융사 빚독촉 멈춰야
채무자 대신 은행과 협상하는 업체 신설
금융회사를 상대로 빚을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금융위가 ‘채무조정교섭업’을 신설하겠다고 한 배경이다. 채무조정교섭업체는 최대 100만원을 받고 채무자를 대신해 은행 등 금융회사와 빚탕감 협상을 해준다.

부채뿐만 아니라 연체 가산이자도 줄여준다. 금융회사는 일반적으로 30일(주택담보대출은 60일)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채권자에게 원금 전체를 바로 갚으라고 요구한다. 이를 기한이익상실이라고 부른다. 기한이익상실 처리가 되면 곧바로 남은 대출금 전체에 대해 연 3%포인트의 연체 가산이자가 붙는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상환기일을 넘긴 금액에 대해서만 가산이자를 내면 된다. 100만원을 빌려서 매월 10만원씩 갚아나가는데 40만원까지 정상적으로 상환하다가 10만원을 밀렸다면 지금은 갚아야 할 대출금 60만원 전체에 대해 연체 가산이자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상환기한을 넘긴 10만원에 대해서만 연 3%포인트의 이자가 더해진다.

“채무자 보호에만 매달린 포퓰리즘”
소비자신용법안은 개인 채무자 보호를 위해 빚독촉(채권추심) 업체를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채권추심회사는 규모가 작아 감독이 쉽지 않다. 금융위는 채권추심회사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은행 등 금융회사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다. 개인 연체채권을 최초로 보유하게 된 금융회사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추심업체를 골라야 한다. 추심회사의 인력이나 전문성은 물론 민원처리 체계와 채권추심 관련 법 위반 내역까지 모두 살펴야 한다. 부실채권을 사겠다는 추심업체에는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까지 따지도록 했다. 은행 등이 연체채권을 매각하려면 가산이자를 받을 수 없다는 조건이 붙어야 가능하다는 내용도 법안에 담긴다. 채권을 매입한 회사가 더 이상 빚을 받아내기 어려워 재매각하려면 최초 채권금융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금융회사는 채권추심회사가 위법하게 빚독촉을 하지 않는지 지켜보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금융위에 신고해야 한다.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면 채권추심업체와 함께 채권 1건당 300만원까지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 손해배상과 함께 과태료와 기관·임직원 제재도 따라온다. 금융위는 매입추심업체들의 자금줄을 죄거나 대부업과의 겸영을 금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1000여 개에 이르는 추심업체를 절반 이상 줄일 계획이다.

금융권은 개인 채무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추심을 어렵게 하면 금융회사는 대출이자를 올리거나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제대로 빚을 갚는 사람들만 바보로 만드는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채권추심업계 관계자는 “지금 정부와 여당이 서민을 위한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신용법이 정부 안보다 더 강화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박종서/박진우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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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09, 2020 at 01:1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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