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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November 10, 2020

(차기태의 경제편편)3세 시대에 요구되는 '참된 경영정신' - 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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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총수가 교체되면서 '3세 시대'가 열렸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달 25일 세상을 떠나고 그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어받을 찰나에 와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몽구 전 회장의 아들 정의선 회장이 승계했다.

롯데처럼 아직 2세가 지배하는 경우도 있고, LG나 두산처럼 이미 4세 손에 넘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한국재벌이 3세 시대에 들어섰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이들 재벌은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고도성장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그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한다. 창업자 이병철과 정주영이 두 재벌의 성장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면, 이건희와 정몽구는 더 큰 재벌로 성장시켰다.

삼성은 1980년대부터 D램반도체 사업에 투자를 시작해 부동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덕분에 한국은 오늘날 자타가 공인하는 '반도체왕국'이 됐다. 삼성은 TV와 휴대전화 등 여러 전자제품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이 종전의 '양적 성장' 위주의 체질에서 '품질중심'의 경영으로 탈바꿈시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초에는 김대중정부의 인터넷보급 확대정책과 어울리며 시너지효과를 냈다. 그 결과 한국은 오늘날 IT 선진국으로 우뚝 서 있다. 인터넷 보급률이나 속도 등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게 됐다.

현대차그룹도 정몽구 회장이 맡는 동안 품질과 해외진출에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지금 세계 5위의 자동차 업체로 일본과 독일 등 선진 자동차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제는 수소자동차 등 미래자동차 분야에서 이들 선진업체를 앞지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창업자에서 이들 2세 총수에 이르는 동안 적지 않은 비리도 저질러졌다. 삼성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그룹경영권을 통째로 넘겨주기 위해 많은 무리수가 감행됐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S의 주식인수권부사채의 헐값 인수 등을 통해 엄청난 불로소득을 안겨줬다. 그 작업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이르기까지 이어졌다. 삼성은 석유화학과 자동차 사업에도 진출했지만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노동조합도 인정하지 않았다. 일부 계열사에서 노조가 어쩌다 생겨났을 경우 집요한 공작을 통해 이를 와해시키곤 했다.

현대차의 경우 품질경영에 힘써 왔다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현대차 제품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엔진불량으로 말미암아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게다가 다른 재벌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국내외 주주의 비판에 부딪히자 철회했다. 그 이후 아직까지 새로운 방안을 내놓지 않고 버티고 있다. 노사관계도 대형재벌 가운데 가장 불안하다.

이런 어두운 유산은 총수의 의지나 말 한마디에 따라 움직이는 '황제경영'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황제경영이 오래도록 유지된 것은 한국사회가 아직 선진화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증좌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19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를 달성했다고는 하지만, 불안한 민주화였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 정치권력은 외형적 실적과 함께 불투명한 거래를 갈망했다. 그런 갈망은 말하자면 황제경영의 온상이 됐다.

재벌이 황제경영을 통해 남다른 성과를 낸 것은 분명하다. 한국인 가운데 누구도 그런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얻고, 소상공인들은 협력업체나 대리점 등의 형태로 사업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동시에 황제경영 과정에서 많은 악습과 악덕이 자라났다. 그 악습과 악덕이 건실한 발전을 어렵게 하고 곳곳에서 사단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이제는 그 악습을 청산하고 민주적 시장경제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경영정신을 갖출 필요가 있다.

분명히 재벌3세 홀로 경영을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떠나가고 있다. 주주나 노조, 전문가단체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투명하게 경영해야 한다.

자식에게 억지로 많은 지분을 물려주고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은 한국의 법과 상식이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다. 대신 지분이나 돈으로 살 수 없는 '참된 경영정신'을 전해주면 된다. 그것이 삼성과 현대차를 비롯한 재벌이 오래도록 살아남는 길이다. 이재용과 정의선 등 재벌 3세의 명예도 그런 가운데 존중받을 것이다. 그 모습을 다른 재벌도 보고 배울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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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0, 2020 at 01: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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