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s

Thursday, November 12, 2020

“주파수 할당대가 낮춰달라”는 이통사들 요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 한겨레

pasokpatokin.blogspot.com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언론 플레이’ 더해 정보공개청구까지
주파수 할당 대가 산정 내역 밝혀라”
정치권·시민단체·누리꾼 반응은 ‘글쎄’
“이동통신 요금의 원가부터 밝혀라”
과기정통부, 17일 공개 토론회 예정
한겨레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동통신 3사가 3세대(WCDMA)·4세대(LTE) 이동통신 서비스용으로 쓰고 있는 310㎒ 폭 주파수의 재할당 대가를 낮추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공동으로 ‘언론 플레이’를 벌여온 데 이어, 정부를 상대로 주파수 할당 대가를 어떻게 산정했는지를 공개하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초강수’까지 들고 나왔다. 그동안 이통사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치권·시민단체·소비자들로부터 “서로 상대에게 ‘2중대’ 구실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코로나19 대유행이란 재난 상황에서 이통사들은 변함없이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어가면서도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워진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 감면, 설비투자를 통한 전·후방 생태계 중소기업 지원, 5세대(5G) 이동통신 보편요금제 출시 등 사회적 책무는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과 맞물려서다. 주파수 재할당 단가를 낮추라는 공동 보도자료에서도 ‘대가를 낮춰주면 취약계층에 대한 통신비 감면 혜택을 강화하고 보편 요금제 출시도 ‘검토’해보겠다’는 식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는 12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어 “과기정통부는 지난 10년 간 이뤄졌던 신규 주파수 경매시 최저경쟁가격 및 재할당 주파수 대가의 세부 산정근거와 방식을 명백히 공개해야 한다”며 “이번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이 전파법에 규정하고 있는 원칙이나 지금까지의 기준과 다르게 이뤄지는 배경과 이유에 대해 투명하고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통사들은 앞서 지난 3일에는 ‘정부 재할당 대가 산정방향에 대한 이통 3사 의견’이란 제목의 공동 보도자료를 내어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파수란 유한한 공공재다.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주파수를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부터 확보해야 한다. 또한 주파수 대가란 이통사들이 공공자원인 전파를 5~10년 단위로 빌려 쓰는 대신 정부에 내는 돈이다. 처음 주파수를 할당 받을때는 경매를 통해 가격이 매겨지지만, 이미 할당받은 주파수의 기한을 연장할 때는 정부가 재할당 대가를 매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6월에 이용기간이 끝나는 310㎒ 폭 주파수의 재할당 대가 산정 방식과 관련된 공개 토론회를 오는 17일 개최할 예정이다. 이통신들의 정보공개 청구는 과기정통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주파수 할당 대가 기금 수입 추계가 5조5705억원(10년 사용 기준)으로 산정된 것에 근거하고 있다. 이통 3사가 요구하는 재할당 적정 가격은 1조6천억원(5년 사용 기준) 규모로, 과기정통부 예산안에서 이용기간을 5년으로 줄였을 때 나오는 금액인 2조7852억원과 비교해도 1조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이통사 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과 관련한 대응은 과기정통부 쪽이나 정권의 눈치를 볼 상황이 아니다. 몇 십억원짜리 과징금 문제라면 과기정통부 담당자나 장관의 눈치를 보겠지만, 주파수 할당 대가는 수조원이 왔다갔다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꼽히는 이동통신 사업을 하면서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와 얼굴을 붉히는 수준으로 갈등을 빚어도 괜찮냐는 질문에는 “과기정통부가 보편 요금제 도입을 강행하려고 할 때도 그랬다. 당시 이통사 임원들이 과기정통부 국장들과 규제개혁위서 심한 말까지 주고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이통사 임원은 “정부가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식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하며 정부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 임원은 “주파수라는 게 기술 개발과 특허 획득 등의 노력과 대가가 든 것도 아니지 않냐. 사실상 거저 확보하는 것인데, 그걸 갖고 수조원이나 챙기려고 하다니,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이동통신 사업 매출이 횡보 상태이다. 이런 이통사들을 놓고 정부는 투자 늘려라, 요금 내려라라고 하면서 주파수 할당 대가까지 챙겨가려고 하고 있으니, 이통사들이 눈을 치켜뜰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행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대체로 따갑다. 이통사들의 공동 보도자료 내용을 전한 기사에는 ‘이통사 니들부터 원가를 공개하라’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rkdw****’는 “그럼 니들도 원가 공개하든가 지들은 공개 안하면서 ㅋㅋ”라고 꼬집었다. ‘jayo****’는 “그럼 니네 통신비 원가 공개해야 되는 거 아니야?? 터지지도않는 5g lte로 쓰게하면서 돈은 5g요금으로 받아처먹는데 이건 사기가 아님?”이라고 달았다. 주파수 할당 대가가 공공재원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이통사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과점 이통사들이 공공재인 주파수를 통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과도한 이익을 주파수 할당 대가를 통해 공공이 흡수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통사들의 공동 보도자료에서는 이게 애써 외면되고 있다는 것이다. 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때도 경매 방식이 이통사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지적과 함께 “과기정통부가 국가 공공재인 주파수를 헐값에 할당하는 배임행위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통사들은 그동안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정치권으로부터 이동통신 원가 공개 청구를 받을 때마다 “이동통신 요금은 원가가 아니라 사용자가 이동통신을 이용해 얻을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고 반박해왔다. 이동통신 3사는 주파수를 할당받아 쓰는 이동통신 사업에서 해마다 3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왔고, 코로나19 대유행 발생 뒤에는 영업이익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사업자별로 4.5~52.7% 증가했다. 이통사들이 국민 호주머니에 기대 ‘황금알 낳는 사업’을 하면서 사회적 책무는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통사들의 요구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벌어지자 정부는 이동통신 3사에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통사들이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품질 향상 등의 목적으로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을 맞아 어려움에 빠진 전·후방 산업 생태계 중소기업들의 숨통이 틔어질 것으로 기대한 것이지만, 이통사들은 이를 외면하다시피 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3분기 설비투자는 24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2.9%,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73% 줄었다. 엘지유플러스는 59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4%,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4.6% 감소했다. 케이티는 3분기까지 누적 설비투자액이 1조78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줄었다. 이통사들은 품질 불량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비싼 요금에 팔아온 것에 대해 이용자들에게 보상하라는 분쟁조정 결정, 5세대 이동통신 품질이 일정수준으로 개선될 때까지 요금을 낮추라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요구, 5세대 이동통신 보편 요금제 출시,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워진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 대한 요금 감면 요구 등에 대해서도 외면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부의장)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이통사들이 취약계층에 대한 통신비 감면을 소홀히 해 챙긴 ‘낙전수입’이 지난해에만도 2821억원에 이른다. 이통사들이 ‘법대로 하자’며 작심하고 팔을 걷어부쳤으니, 정부도 17일 예정된 공개 토론회 때 분명한 산정 근거와 논리를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일각에서 제기하는대로, 이통사들이 이미 깔고앉은 주파수라 적어도 빼앗기지는 않는다는 점을 들어 ‘몽니’ 내지 ‘떼쓰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정말로 주파수 할당 대가를 ‘주먹구구’ 식으로 산정했는지를 가리는 자리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Let's block ads! (Why?)




November 12, 2020 at 05:10PM
https://ift.tt/3nnBgkv

“주파수 할당대가 낮춰달라”는 이통사들 요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 한겨레

https://ift.tt/2MO9eOT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