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호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4월 호주가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국제사회의 조사를 요구한 후 지속적으로 갈등해 온 양국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한 장을 놓고 양국 정부가 부딪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호주 군인이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이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있는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자오 대변인은 그러면서 “호주 군인들이 아프간 민간인과 포로를 살해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그런 행위를 강력히 비난하며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는 글을 함께 게시했다. 하지만 이 사진은 합성 사진으로 알려졌다.
호주 정부는 스콧 모리슨 총리가 직접 나서 항의했다. 모리슨 총리는 자오 대변인의 트윗에 대해 ‘터무니 없고, 모욕적이며, 불쾌하다’고 표현하며 게시물 삭제와 함께 중국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완전히 터무니 없고 어떤 근거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일”이라면서 “호주인들을 심각하게 모욕한 것으로, 중국 정부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사과를 거부하며 오히려 비난 수위를 높였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들은 아프간 민간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며 “호주 군인은 아프간에서 매우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고, 이는 호주 매체가 직접 보도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주 군인은 아프간 어린이 둘을 살해해 강에 던지고, 신병에게 사격 연습을 하도록 했다”며 “호주는 이 범죄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호주 군당국은 아프간에 파병된 특수부대가 2005년에서 2016년 사이 포로와 민간인 등 39명을 살해하고 이를 은폐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 트윗을 둘러싼 양국 간 설전은 골이 깊어진 갈등 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양국 관계는 지난 4월 호주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조사를 요구하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호주 5G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지난달에는 자오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양국 관계 악화에 대한 호주의 책임을 거론했고, 같은 날 주호주 중국대사관 측이 현지 언론을 통해 14가지 구체적 사건을 열거하며 호주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중국은 또 그동안 호주 일부 도축장에서 생산된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호주산 보리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등의 무역 조치를 취해왔다. 지난달 28일부터는 호주산 포도주에 최대 21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추가했다. 호주산 포도주의 덤핑(시장 가격보다 낮게 수출하는 행위)판매로 자국 포도주 업체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다. 호주 정부는 중국의 조치에 맞서 싸우겠다며 “부당하고 근거 없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November 30, 2020 at 11:32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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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호주 갈등에 기름부은 사진 한장…사과 요구·거부 ‘외교 설전’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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