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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ly 2, 2020

민노총 협상파도 합의안 폐기 요구… 끌려다닌 정부 '예고된 파국'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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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7.03 03:00

법인세 인상과 해고 금지 주장… 경영 힘든 기업들 수용 어려워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대화' 잠정 합의안이 나온 지 나흘째인 2일에도 민주노총은 합의안을 수용할지를 놓고 극심한 내부 갈등을 겪었다. 노사정이 당초 함께 정했던 합의 시한인 6월 30일은 이미 넘겼지만, 합의를 추진하려는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과 이에 반대하는 내부 세력 사이에 전면전에 가까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합의안 놓고 내부 반발 커져

민노총 주요 요구사항
민노총은 2일 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민노총 내 최대 계파(系派)로 알려진 '민주노동자전국회의(전국회의)'는 2일 "주요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고 곳곳에 독소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합의안 폐기를 요구했다. 전국회의는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속한 '국민파'에 속한다. 그동안은 주로 강경파인 '현장파'와 중도 성향인 '중앙파' 일부가 반대하는 분위기였는데, 김 위원장이 속한 계파까지 합의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민노총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합의안을 폐기할지 여부를 논의했다. 전날처럼 김명환 위원장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사실상 감금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이 회의장에 들어가는 김 위원장에게 "뭐가 무서워서 수행비서 데리고 나타났냐"고 하는 등 신경전이 이어졌다. 일부 조합원은 "언론이 우리 보고 '강경파'라고 하고, '감금했다'고 하니 민감한 발언을 자제하자"고 했다. 조합원들 손엔 "자본가의 하수인 김명환 사퇴 야합폐기"라고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회의는 격론이 벌어지며 이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처음부터 무리한 요구 내놔

이런 갈등은 처음부터 예고돼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서 경영계나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을 대거 요구했기 때문이다. 민노총이 요구한 가장 핵심 요구는 '코로나 기간 중 해고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로 기업의 존폐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용 보장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다.

민노총 요구 사항 중엔 경영계나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다. 민노총은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법인세 인상 등'을 요구했다. 현재는 예외로 돼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것도 요구했다. 모두 노동계가 숙원처럼 외쳐온 내용이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은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등은 영세 업체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도 있는 내용이다. 평소에도 합의하기 쉽지 않은데 코로나 상황에 이런 요구를 들고나온 것이다.

민노총은 합의 내용을 이행·점검하는 주체도 국무총리실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가 주체가 돼야 한다며 맞섰다. 결국 경사노위에서 하되 국무총리실이 부처 간 역할을 조율한다는 절충안이 나왔지만, 민노총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와 정부 안팎에선 "본인들이 요구한 안에서 조금이라도 양보하면 합의안을 받을 수 없다는 식인데, 이럴 거면 협상을 왜 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민노총 끌어안으려다 파국

정권 최대 지지 세력 중 하나였던 민노총을 끌어안겠다는 욕심에 정부가 서둘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이번에 사회적 대화 복귀와 요구 사안에 대한 내부 조율이 안 돼 있던 상태였다"며 "정부는 의견 통일이 되기 어렵다는 민노총의 특성을 간과했다"고 했다.

민노총은 지난 2005년 사회적 대화 여부를 놓고 대의원 대회를 열었지만 강경파가 단상을 점거하고 시너를 뿌리는 등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며 무산된 적이 있다. 작년 1월에도 사회적 대화 복귀를 놓고 대의원 대회를 열었지만, 결국 부결됐다. 내부적으로 양보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었다는 뜻이다.

민노총 내부에서 극적으로 의견이 모아지거나, 김명환 위원장 독자적으로 합의에 나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럴 경우 민노총 대다수가 동의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합의가 될 수밖에 없다. 노동계 관계자는 "합의를 하려면 일부 양보가 필수인데 민노총은 내부 설득에 실패해 각종 요구를 쏟아놨다"며 "장외 투쟁만 하다 현실 감각을 놓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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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2, 2020 at 11: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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